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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남미 인권 기행
하영식 | 레디앙 | 2010-01-18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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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남미 인권 기행
하영식 | 레디앙 | 2010-01-18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1-04)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룰라, 차베스, 모랄레스 정권을 비롯한 좌파 정권이 중남미에 들어서면서 이 대륙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서구 자본은 돈을 떼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좌파 세력은 신자유주의의 전일적인 지배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로서 의미를 두면서, 대륙의 정치적 이동에 눈을 떼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베네수엘라 차베스가 빈민을 비롯한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미국과도 맞서며 사회주의적 정책을 펼쳐 나가는 과정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차베스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지 논쟁도 있었고, 브라질 룰라 정권 평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대중적 수준에서 중남미는 관심권 밖이다. 그러나 사실 중남미 여러 국가들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는 우리 경험과 흡사한 것들이 많다. 1970년대에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저질러진 자국민 학살과 1980년대 광주항쟁만 해도 닮았지 않은가. 학살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는 점도 그렇다. 아르헨티나에 엘올림포 수용소(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이 테러리스트들을 학살하려고 세운 300개 수용소 중 가장 악명 높았던 곳)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대공분실이 있었고, 마요 광장 할머니들처럼 민가협 어머니들이 있었다. 어느 나라 정권이 더 잔인하고 폭압적이었는지 비교할 수 있을 뿐 군부정권하에서 민중들 삶은 어디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포 속에서 배를 곯고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죽어갔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민중들은 끊임없이 싸워 왔다. 우리의 자화상, 중남미 기행 이 책은 중남미 현대사를 보여주는 기행문이다. 하여 저자는 주요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고 사건 관련자나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별도로 열어 둔 인터뷰 장이 현장감을 더한다. 이러한 생생한 현장 취재로 저자가 진정 보여주려던 건 역사를 바꾸는 근원적인 힘이 민중에 있다는 것이다. 혁명 후, 삶은 달라졌는가 더 나아가 저자는 정권을 바꾸고 혁명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추천사를 빌리면, 정권이 교체되든 혁명이 일어나든 그것의 궁극적 목표는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건 군부정권이 물러나고 혁명이 이루어진 뒤에도 중남미 민중들 삶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3대에 걸쳐 온 나라를 거덜 낸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혁명. 그 후 니카라과는 어떻게 변했는가. 네마곤(바나나에 사는 해충을 막으려고 뿌리는 이 약품은 ‘죽음의 이슬’로 불린다. 네마곤 중독의 가장 큰 해악은 무정자증이다)에 중독돼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한 농민의 말이 그 후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민중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산디니스타 당조차도 정권을 잡고 난 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속만 곪아 터지고 있다.” 이것은 정부 관계자가 저자에게 “노동자 문제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한 대목에서도 짐작된다. 니카라과는 혁명 후에도 중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다. 그렇더라도 혁명 후 달라진 것은 있다. 일반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이다. 타락한 혁명 지도자들도 있지만 혁명 이후에도 변함없이 민중들을 위해 헌신하는 가톨릭교회 신부들도 남아 있다. 여기서 저자는 조금씩 싹 트는 ‘변화’를 본다. 사회주의국가 쿠바에서 겪은 악몽 같은 기억 저자가 중남미를 찾은 건 2006년 9월. 아내와 살던 그리스를 떠나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칠레 세 나라를 먼저 찾았다. 그리고 그 뒤 1년 반이 지난 2008년 2월 다시 중남미를 밟는다. 이때에는 쿠바와 니카라과에도 가고 남미 대륙 전역을 거의 반년에 걸쳐 돌아다녔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저자를 “세계화의 양지가 아닌 그늘에서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세계 민중 기자’”라고 부른다. 홍 위원 말처럼 저자는 여행 기간 내내 관광지가 아닌 민중들 삶 속으로 파고들어 가 그들 목소리를 들려주려 애쓴다. 역사상 최초로 원주민 대통령을 뽑았으나 토지 개혁과 자치주 문제로 혼란스러운 볼리비아, 앞을 향해 달려가는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유일하게 시곗바늘이 정지한 느낌을 주어 크게 실망감을 안겨준 쿠바 사람들의 삶 역시 놓치지 않는다. 전체 글에서 쿠바에 관한 글은 비록 짧지만, 현재의 쿠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저자가 겪은 일화. 하바나 거리에서 아침을 먹는 저자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저자에게 붙임성 있게 말 몇 마디 건네던 남자가 느닷없이 전화로 그의 아내를 불러내 한다는 말이 “내 아내 어때?”였다. 저자가 에둘러 거절했는데도 반강제적으로 흥정을 하려던 남자를 뿌리친 경험을 저자는 쿠바에서 겪은 최악의 일로 기억한다. 고통의 뿌리, 미국 저자는 중남미 민중들이 과거 고통을 겪었고 현재 겪고 있는 것이 단순히 정권의 문제라고만 보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것은 그런 정권을 세우고 지원한 미국에 있음을 곳곳에서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콘도르 작전.’ 칠레의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1975년에 만들어진 이 작전에 참여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이 국가들은 서로 협력해 마르크스주의자들뿐만 아니라 반정부주의자들이나 그들과 연관된 가족, 친구들까지 납치, 암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콘도르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 국가를 통틀어 5만여 명이 살해되고 3만여 명이 실종됐으며 40만 명이 투옥됐다. 그뿐 아니라 미국은 산디니스타 혁명 후 “혁명이 라틴아메리카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해” 콘트라 반군을 조직해 지원하기도 했다. 콘트라 반군은 주로 소모사 정권의 패잔병들 중심으로 조직됐는데, 나중에는 산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지에서 달러로 모집한 용병이나 니카라과 산악 지역에서 납치한 젊은이들로도 충원했다. 콘트라 반군 지원 자금을 위해 미국은 적국이던 이란에까지 몰래 무기를 팔았고, 코카인을 밀매해 돈을 벌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중남미에선 반미 감정이 깊어졌고 이에 미국은 군부를 지원하는 대신 민주적인 친미 정권을 세우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저자는 이런 미국의 변화 역시 중남미 민중들과 해방신학 신부들, 혁명가들의 헌신적인 투쟁 결과로 보며 이런 변화는 계속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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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 푸른숲(북큐브 제공) | 2010-07-06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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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 푸른숲(북큐브 제공) | 2010-07-06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1-04)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야만의 시대에 인권을 개척한 주인공들의 대장정
그들이 외친 인권이 바로 지금 여기 우리 인권을 깨운다 인권의 역사성과 현재성, 보편성과 구체성을 총망라한 단 한 권의 인권 아카이브 인권의 보편성과 구체성을 보여주는 인권의 고전들과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인권의 현주소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책 『인권을 외치다』를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했다. ‘가장 낮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열망으로 바꿔온 인권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 류은숙이 직접 발굴하고 번역한 37개 문헌들과 이 문헌에 담긴 진정한 의미, 문헌을 둘러싼 생생한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인권의 고전과 오늘의 인권이 한데 모여 과거를 통해 오늘을, 문헌을 통해 현실을 읽을 수 있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 3백여 년 전 영국의 인신보호법, 2백여 년 전 프랑스에서 폐지된 단결금지법, 그리고 시민불복종, 표현의 자유, 국가인권기구 원칙 등 이미 세계가 약속하고 인정한 권리들이 지금 우리의 일상에서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계 인권 선언〉,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미국 〈독립 선언서〉 등 인권의 기념비가 된 문헌들을 소개하면서 문헌이 담고 있는 ‘모든 사람의 권리’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게 되었고 어떤 정치적인 목적과 한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선언은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에서 소외되었던 노예, 여성, 노동자 등이 저마다 자신들의 인권을 얻기 위해 외쳤던 문헌들이 함께 등장한다. 유엔이나 각종 국제기구에 ‘국가대표’들이 모여 만든 문헌뿐 아니라 흑인여성, 여성노동자, 빈민, 아이들이 바로 제 목소리로 스스로의 인권을 주장한 연설과 노래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투박하지만 절실한 그들의 목소리는 인권의 주인공, 인권의 저자란 언제나 자기 현실에 깨어 있고 그 현실을 개척했던 이들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주체들마다 누려야 할 권리,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보여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추상적인 가치로만 여겨왔던 ‘인권’의 다양성과 구체성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과 구체성은 인권이란 시민으로서 저마다 누려야 할 권리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타인을 위해 실천해야 할 우리들의 의무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인권의 다양한 가치들은 언제나 가장 낮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열망을 담은 외침과 노래와 약속으로 전해져왔음을 전하는 이 책은 시민 개개인이 저마다 인권의 주체임을, 인권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수정하고 강화해야 할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권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문헌의 보고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일했고 ‘인권연구소 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류은숙은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인권 문헌들을 발굴하고 번역하고 소개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낮에는 인권 현장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그 현장에서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이미 세계가 약속했던 조약들, 이미 수세기 전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찾아내 지금 그들의 주장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권리임을 밝히고 알리는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발굴해 인권신문인 〈인권오름(구 인권하루소식)〉에 연재한 선언과 조약, 노래와 시, 연설과 책 등 인권문헌 가운데 37편을 추려 이 책에 담았다. 다양한 문헌을 인권론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주창한 1세대 인권론(1장-인권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사회권’이라 불리는 2세대 인권론(2장-인권은 자격을 묻지 않는다), ‘연대’에 기초한 3세대 인권론(3장-인권으로 미래를 약속하다), 그리고 우리 인권의 현주소(4장-지금, 여기, 우리, 인권) 4개 장으로 묶어 인권의 어제와 오늘, 인권의 보편성과 구체성을 입체적으로 엮어 사상과 역사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인권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런던 부랑인의 절규〉나 〈평등파의 선언〉 같은 문헌이나 〈요그야카르타 원칙〉, 〈적절한 식량에 대한 권리〉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권 조약들을 저자가 직접 발굴하여 국내에 소개한 문헌들이 있다. 저자는 그동안 국제기구의 조약이나 선언을 중심으로 한 저명한 인권 문헌들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되찾기 위해 외쳤던 이들의 목소리를 캐내어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인권의 이름으로 역사와 현재가 만났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들의 인권에서 우리의 인권을, 인권의 역사에서 오늘의 인권을 끄집어내 현재진행형의 인권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인권 선언〉,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프랑스 선언), 미국 〈독립선언서〉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문헌들은 구시대의 억압, 차별, 소외 대신 자유와 평등과 연대가 세계를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원리라고 주장한다. 그 새로운 역사를 열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 바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였다. 그러나 선언이 말하는 ‘모든 인간’에서 여전히 배제된 이들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의 ‘인간과 시민’에 여성, 농민, 노동자는 없었다. 미국 독립선언에서도 역시 ‘천부인권’을 주장했지만 여성과 특히 흑인노예들의 권리는 담지 않았다. 이 책은 인권의 역사와 인권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글들을 소개하고 있다. 빈민의 입으로 빈민의 권리를, 노동자의 말로 노동자의 요구를 외친 생생한 인권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다. 저자가 이들 문헌을 발굴하고 소개한 까닭 역시 인권의 역사에서 가려졌던 이들의 말과 노래를 알리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보다 중요한 가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 역동적인 역사를 통해 인권이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했던 이들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져 왔음을 보이는 데 있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런던 부랑인의 현실을 통해 대한민국의 빈곤층을, 〈빵과 장미〉를 외쳤던 20세기 초 미국 여성 노동자들을 통해 대한민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매카시즘의 위대한 반대자 윌리엄 더글러스 판사의 말로써 우리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되돌아보고, 인권은 마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자각이 전제될 때에야 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인권을 만난다 일반인들이 흔히 떠올리는 인권이란 자유, 평등, 평화처럼 지고지순한 가치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삶의 국면이 다양한 만큼 저마다 처한 사회적 현실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사회가 그들을 위해 보장해야 할 인권도 다양하다. 또 우리가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의 인권을 생각할 때 그저 배불리 먹는 것이 최선이라는 정도로 모호하게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인권의 주체와 인권의 조건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인, 장애인, 아동, 여성,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등 우리가 이른바 사회적 약자라고 부르는 이들의 권리를 담은 다양한 문헌을 소개함과 동시에 식량주권, 사회보장, 발전권 등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은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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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우석훈 | 레디앙 | 2010-01-15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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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우석훈 | 레디앙 | 2010-01-15 | 공급 : (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1-04) 대출:0, 예약:0, 보유수량:3 지원기기:
《88만원 세대》 이후 2년… 여전히 현실은 비루하다!
20대들을 위한 새로운 판 짜기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88만원 세대》가 나온 지 2년이 지났다. 그 뒤 20대 삶은 나아졌는가.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시기를 버티고 있는 중’이라는 저자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20대를 포함해 우리 삶이 더 곤두박질치고 있음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20대만 놓고 보면, 국가가 정책적으로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대폭 깎고 행정인턴을 비롯해 인턴제를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등 노동 조건과 고용 상태가 더 불안정해졌다. 현실이 이런데도 2년 전이나 지금이나 20대들 사이에선 어떤 동요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88만원 세대’를 위한 운동론 이 책은 《88만원 세대》 후속 편이다. 저자가 2008년 연세대에서 조한혜정 교수와 함께 진행한 〈문화기술지〉 수업과 같은 해 성공회대에서 〈환경과 사회〉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주고받은 얘기들이 토대가 되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아주 강성의 운동권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라고 문제의식은 있는 조금은 유순한” 이들이다. 《88만원 세대》가 88만원 세대들의 출현을 사회구조적으로 분석했다면,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88만원 세대들이 자신들을 그런 구조 속에 몰아넣고 가둔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까닭을 짚어보는 한편 이런 사회 구조에 금이 가게 할 운동론을 펼친다. 《88만원 세대》가 10만 부 넘게 팔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이 책의 주독자였던 20대들은 누구에게 짱돌을 던지라는 거냐며 갑갑해했다. 이 때문에 출간 후 저자 역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번 책에서, 완성된 권리선언문은 아니더라도 20대에게 꼭 필요한 노동권, 주거권, 보건권, 교육권 들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운동론을 제시하는 데 무게를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말처럼 저자는 88만원 세대에게 “병 주고 약 주는 도사”를 자청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 비정규직, 재난의 시대를 살게 되는 세대에게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을 지어 준 후 못내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88만원 세대들이 구조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발목을 잡고 막아서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몸과 영혼을 잠식한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공포’다. 이런 20대들을 공포에서 벗어나 해방시켜 줄 ‘구원자’는 누구인가. 20대 문제에 관심이 많고 20대들을 대변하기 시작한 앞 세대들인가. 그들은 일종의 ‘대리인’일 뿐 20대 문제를 풀 열쇠는 결국 20대 손에 쥐어져 있다. 여기서 저자는 여느 당사자 운동과 다른 20대 운동의 특징을 찾아낸다. 20대 운동은 ‘당사자’들이 계속 바뀌며, 이런 이유로 지금 20대들이 집단적으로 청원해 제도를 바꾸더라도 그들이 수혜자가 되기는 좀 어렵다. 10대가 오히려 20대 운동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10대와 20대의 연대를 제안한다. 시민단체 만들고 정계에도 발 담그자 그럼, 당사자 운동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저자는 20대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시민단체를 직접 조직하는 한편, 기존 정당에 들어가 20대들을 위한 정치도 펼치자고 제안한다. 시민단체를 만들기 위해선 20대든 10대든 일단 1만 명만 모여 보자 한다. “한국에서 20대 당사자 운동이 중앙형 조직이든 개별적인 별도의 조직이든 조직을 갖추고, 시민운동으로서 회원이 1만 명이 넘어서는 순간 혹은 언젠가 1만 명이 넘으리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순간, 장담하건대 한국에서 혁명보다 더 큰 사건이 일어”나리라 확신해서다. 정치운동은 기존 정당의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가되 지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정치인으로 커 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 20대들이 그 지역 또래들의 지지를 받아 표를 얻고,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면서 그 지역 20대들과 같이 성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운동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저자는 20대들이 지금보다 나은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도 둘러본다. 그중 하나가 노조 조직이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2인만 모여도 노조를 꾸릴 수 있다. 기존 노조가 없는 단위 사업장과 지역에서 노조를 만들 수 있으므로, 영등포 편의점 알바노조 혹은 강남 주유소 알바노조 같은 것도 상상해 보자 한다. 이런 운동 방법에 이어 저자는 68혁명과 차티스트 운동을 참고할 만한 운동 방식으로 제시한다. 혁명, 그 늙지 않는 파토스 겁먹고 쫄아 있는 20대들이 쓸지 어떨지 알 순 없지만, 저자가 20대 손에 쥐어 준 것이 다름아닌 ‘혁명’이라는 말이다. 조한혜정 교수 말처럼, ‘혁명’이라는 단어는 사람마다 내용이 아주 다를 수 있지만, 꺼지지 않는 불씨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혁명은 작은 만남을 통해, 한마디의 말,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을 통해서도 심어지는 불씨고, 그 불씨는 한번 만들어지면 결코 꺼지지 않는다. 스멀스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으면서 크고 작은 기적들을 일으키고 절망을 희망으로 둔갑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물론 여기서 혁명은 8, 90년대 학생 운동권이 비장하게 써 내려가던 핏빛이 연상되는 글자는 아니다. 저자가 혁명이란 말을 20대들에게 건네는 이유는 “지금 한국의 20대 특히 대학생들은 아직 출구나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지만, 출구나 돌파구를 뚫으려는 에너지만큼은 지구를 삼켜 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가슴속에 들끓고 있”으며, “이 에너지가 혁명 자체든, 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든, 누구도 상상 못했던 방향으로 돌출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근거로 저자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던 이들이 하나둘 방 ‘밖’으로 나오고 있으며, 옆방 친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노라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불신과 고립이 아닌 ‘우정과 환대의 공간’을 회복하는 것이, 20대들을 자꾸만 구조 속으로 밀어넣으려는 세계에 구멍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0대들의 20대 관찰기 이 책은 전체 3장과,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20대를 분석한 글을 엮은 〈그들은 관찰한 것일까, 관찰된 것일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이 책의 원재료에 해당되는 〈그들은 관찰한 것일까, 관찰된 것일까〉를 보면 지금 20대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생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학생들 글은 모두 7편 실려 있다. 이 책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20대 학원강사로 살아남기〉에선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홍보되지만 실상은 피폐하게 비인간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학원강사들의 삶을, 〈방살이, 혁명적인?〉에서는 낮은 임금과 치솟는 집값에 스무 살이 넘고도 떳떳하게 살 공간 하나 없는 지금 20대들의 주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패션좌파, 패션으로부터 혁명을 꿈꾸다!〉에서는 한 20대가 상상하는 진보와 좌파 이미지가, 〈나는 왜 예뻐지고 싶었나〉에서는 사회에서 강요하는 ‘예쁨’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자유롭게 놓여나는 과정이 보인다. 〈웃으면서 울기〉는 학자금 빚은 쌓여가는데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웃어도 속으론 울 수밖에 없는 대학생의 모습을, 〈탈학교 그 후〉는 스펙을 쌓아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대학생들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글인 〈‘잉여’들의 새로운 시작〉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취급되는 지금 20대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금 20대들은 집단에 대한 공포로 인해 서로 고립돼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되레 ‘불신’이 정체성인 양 안고 살아가고 있다. |